와인과 음식의 궁합
와인이 고급스러운 술의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음식과의 궁합을 잘 찾는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원래 음식을 먹을 때 물이나 수프 대신으로 마신 게 와인의 한 유래이므로 음식과의 조화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와인이나 이와 어울리는 음식이 우리의 전통 음식이 아닌 만큼 이를 정확히 혹은 동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기가 절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와인을 표현하는데 흔히 쓰이는 시가 상자 향, 제비꽃, 가죽 향, 바닐라, 민트, 아몬드, 살구 등 전혀 새로운 향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음식이나 음료에서 느끼는 향은 아니므로 쉽게 그리고 오랫동안 뇌리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양념이라는 것은 우리의 양념과는 그 풍미가 전혀 다른 것입니다. 흰 살코기 즉 생선이나 닭고기는 화이트 와인과 붉은 살코기는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의 궁합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갖고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옵니다. 와인도 잘 조화되는 음식과 만나면 와인과 음식의 맛이 배가됩니다. 게다가 불쾌한 맛이냐 향까지 감소시켜 줍니다. 이와 반대로 서로 조합이 맞지 않는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으면 나쁜 맛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선의 비린내가 더 강화된다거나 음식의 짠맛이 더 강조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중요한 맛이 사라져 버려 음식이나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서 왜 화이트 와인이 생선과 잘 어울리고 레드 와인은 그렇지 않은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본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레드 와인에 함유된 철분이 생선의 비릿한 맛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철분을 제거한 레드 와인을 생선과 같이 먹어도 비릿한 맛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고 맛이 개선되었습니다. 즉 마리아주의 기초인 화이트 와인과 흰 살 생선의 궁합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면 아마도 레드 와인과 붉은 살 쇠고기와의 궁합도 설명 가능할 것입니다. 타닌이 내는 떫은맛의 영향도 있겠지만 붉은 살에 풍부한 철분이 레드 와인의 철분 맛과 서로 강화되는 것일 겁니다.
마리아주의 기본원칙
첫 번째는 같은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과 음식을 조화시키는 방법입니다. 그 지역의 토착적인 음식과 술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발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들은 산도가 일반적으로 높은 것은 무엇보다 이탈리아 음식이 신맛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에 토마토, 올리브, 레몬, 발사믹 식초와 같이 산도가 높은 음식 재료를 많이 씁니다. 그래서 신맛이 강한 음식은 산도가 있는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두 번째는 와인의 바디에 따라 음식과 조화를 찾는 방법입니다. 음식이 묵직한 것은 묵직한 와인과 어울리고 가벼운 것은 가벼운 와인과 조화를 이룬다는 간단한 원리인데 예를 들어 풀 바디의 카베르네 소비용은 붉은 쇠고기나 기름기가 많은 스튜와 잘 어울리고 피노 그리나 담백한 화이트 와인은 지방이 많지 않은 가벼운 요리나 해산물 요리 등이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들의 바디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레드 와인 중에도 부르고뉴 지방의 꽃향기 넘치는 가벼운 피노 누아가 있는 반면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오크 숙성을 통해 바디가 풍부해진 오스트레일리아산 샤르도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와인들은 전통적인 레드 와인과 고기 화이트 와인과 해산물을 법칙을 따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단순히 식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가해지는 소스가 가벼운가 무거운가에 따란 와인의 조화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생선 요이라고 해도 그 위에 얹는 소스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지방, 철분, 향신료가 많아 무겁게 느껴진다면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이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또 고기 요리이지만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가벼운 소스로 요리했다면 묵직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바바레스코, 바롤로 등은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와인과 음식이 서로 보충하거나 대비하게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단맛이 나는 음식과 스위트한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흙 향이 나는 피노 누아를 버섯 요리와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서로 다른 맛을 배치시켜 대비시키거나 한쪽의 맛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방식도 있는데 짠 음식에는 스위트한 맛의 와인이 이런 역할을 담당합니다. 짠 음식에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짠맛을 더 도드라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주를 즐기는 법
그러나 맛은 혀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풍미라는 것이 우리가 인지하는 음식이나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데 풍미는 혀에서 느끼는 맛뿐 아니라 코에서 감지되는 기체의 자극 즉 냄새를 중심으로 온도, 촉감, 색깔, 맛보는 사람의 기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 매우 주관적인 이유 중 하나인 것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며 "예쁜 여자와 같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고 그렇지 않은 여자와 같이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이라는 위험한 농담을 한 것과 같이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여러 가지 와인과 음식을 조화시켜 보며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또 여기에 좋은 사람과 기쁜 마음으로 마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마리아주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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