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과 와인의 밀접한 관계
예를 들어 같은 샤르도네지만 부르고뉴 지방에서 만든 샤블리 와인은 '날카로운 금속성 맛'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칼슘과 같은 양이온 때문이리라 생각되는데 이는 특히 그 지역의 토양에 석회암이 풍부하다는 사실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즉 샤블리 지방에서 자라는 포도는 땅속의 칼슘을 풍부히 흡수하고 그 포도로 만든 와인에까지 영향을 끼쳐 특유의 날카로운 맛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샤블리의 미네랄 맛은 단지 다른 향과 풍미가 약화되어 강하게 느껴질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땅속의 칼슘을 포도가 흡수할지는 몰라도 포도의 긴 성장 과정과 와인 발효 과정을 모두 거친 후까지 땅속의 미네랄이 와인에 남아서 맛을 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알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토양의 특성을 강조하는 테루아 개념이 이제는 미국의 서부 와인 생산지 예를 들어 소노마나 나파 지역에서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포도나무는 토양 아래 몇 미터까지 뻗어 내려갈 수 있으니 그 밑에 있는 토양이 무엇인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사진 땅에 포도를 심는 유럽과 달리 미국 서부는 주로 퇴적층이 넓게 발달한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에서 주로 재배를 합니다. 미국의 와인 생산자들도 퇴적층 토양의 특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로 좋은 포도밭을 찾고 품종을 결정하기 위해 지질학자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과 테이스팅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서 어떤 이들은 와인의 '폭발적' 맛이 화산 폭발로 생긴 토양의 맛을 반영한다는 등 붉은 토양이 와인의 '붉은' 고유한 색을 만들어 낸다는 등 과학과 수사적 표현을 혼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와인을 멋지고 근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와인의 독특한 맛과 향미의 원인을 정확하게 보여 주지는 못합니다.
토양의 특성
토양은 크게 무기물(미네랄), 유기물, 공기 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기물은 여러 가지 광물과 무기 영양소들로서 돌을 잘게 부수면 만들어지는 흙 성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기물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것들로 보통 식물의 낙엽이나 뿌리가 썩으면서 생기는 물질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여기에 사는 미생물들도 포함됩니다. 흙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무기물의 구성이 중요한데 무기물은 크기에 따라 사질(sand), 니질(silt) 그리고 점토(clay)로 구분됩니다. 세 성분이 섞여 있는 비율에 따라 흙에 특정한 이름을 붙이고 이것을 토성(soil texture)이라고 합니다. 각 지역마다 이러한 토양의 특성은 독특하게 나타나고 그에 따라 재배가 가능한 포도 또한 달라집니다. 물론 강수량과 일사량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본적으로 와인 생산에 좋은 토양은 물을 충분히 머금되 식물이 너무 오래 포화되지 않도록 배수도 적절히 되어야 합니다. 또 질소나 인산과 같이 식물의 생장에 많이 필요한 무기 영양소 이외에 토양 산성화를 막아 주는 칼슘, 광합성을 하는 클로로필에 사용될 철, 마그네슘 등도 소량이지만 꼭 필요합니다. 와인에 포함되어 있는 미량 미네랄들을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알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위험한 물질의 농도 감시나 가짜 와인 판별이 가능하며 와인 생산 중에 첨가된 물질과 와인의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물질의 양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토양을 부르는 여러가지 이름
와인 생산과 관련된 토양들도 몇 가지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불벤(boullbenes)'이라는 토양은 아주 미세한 규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쉽제 압축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토양은 보르도 지방 앙트르되메르(Entre-Deux-Mers) 지역의 대표적인 토양입니다. 또 '클레이(clay)' 토양, 즉 점토로 구성된 토양은 물을 많이 보유하면서 배수가 잘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르도의 '리브드루아트(Rive Droite, Right Bank)'rk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큰 돌덩어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규사질 암석으로 구성되어 태양열을 잘 보유하는 '플린트(flint)' 토양이 대표적으로 루아르 계곡의 푸이퓌메(pouilly-fume) 와인이 이런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결정편암(shist)으로 구성된 '갈레스트로(galestro)'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와인의 기본 토양입니다. 또 자갈로 구성된 지역은 물은 잘 빠지지만 토양 영양소가 부족해서 여기서 자라는 포도나무들은 뿌리를 깊숙히 내려야한 합니다. 보르도의 그라브 지역이나 소테른 지역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토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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