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베르네 소비뇽의 조상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누아, 카베르네 프랑, 산조베제, 시라/시라즈, 말벡, 진판델 등이 있습니다. 또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 게부르츠트라미너, 실바너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레드 와인의 품종 중에서 가장 인기 있고 널리 알려진 적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조상은 누구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조상은 보르도에서 널리 알려진 다른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카베르네 프랑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단독으로 와인을 만들 수 없습니다. 셍테밀리옹에서 널리 사용되기는 하지만 보르도 지방에서는 일반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의 위세에 눌려 5-10퍼센트 내외로 블렌딩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비뇽 블랑도 프랑스 루아르 지방이나 뉴질랜드와 같은 신세계에서 널리 수확되기는 하지만 화이트 품종입니다.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 사이에서 가장 남성적이고 무거운 레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탄생한 것입니다.
포도의 조상을 찾는 방법
포도의 조상은 분자 유전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생물체는 DNA라는 유전 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DNA에는 A, G, T, C라는 서로 다른 염기들이 복잡한 순서로 나열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를 보유하고 후손에게로 전달합니다. 우리의 모양, 특성을 결정짓는 정보는 모두 이 DNA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DNA에 있는 정보는 mRNA라는 물질로 전달되며 이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다시 특정 아미노산 배열을 갖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합니다. 결국 유전 물질에 함유되어 있는 염기의 배열 순서가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단백질의 특성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술이 센 사람의 경우 알코올을 분해하는 단백질의 구조가 특별하거나 그 양이 많으며 이는 결국 유전 정보의 차이에서 옵니다. 얼굴, 피부, 키와 같은 외향적 특성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정신적 특성도 이러한 유전 정보의 흐름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이 유전 물질은 생식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되는데 이때 자손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각기 절반씩 유전 물질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 유전자를 잘 분석하면 조상이 누구인지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분자 유전학적 연구 방법은 와인의 생산과 관련된 미생물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빚는 데 사용하는 효모, 즉 술 효모의 경우 예전에는 매우 단순한 하나의 종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키안티(Chianti) 와인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포도원에서 토양에 존재하는 술 효모와 와인을 숙성시키는 발효통에 존재하거나 거기에 접종하는 외부 술 효모가 와인의 발효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각 포도원의 토양이나 포도 겉에 존재하는 술 효모의 종류까지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도의 품종의 유래
카베르네 쇼비뇽 뿐 아니라 프랑스 북동부에서 재배되고 있는 샤르도네, 가메이 누아르(Gamay noir), 알리고테(Aligote), 믈롱(Melon) 등의 많은 포도 품종들이 이 방법으로 조상을 찾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의 대표 품종인 샤르도네, 가메이 누아르, 알리고테, 믈롱의 맛을 본 사람들은 각각의 독특한 맛 이외에 공통된 화이트 와인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DNA 분석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품종들 모두가 중세에 널리 재배되었던 같은 조상 즉 피노(Pinot)와 구에 블랑(Gouais blanc)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품종들로 만든 와인들에서 느껴지는 맛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라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대표종 산조베제의 조상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조베제는 실리에졸로(Ciliegiolo)라는 투스카니 고유 품종의 후손이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조상은 '칼라 브레제 디 몬테누오보(Calabrese di Montenuovo)'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서남부 캄파니아(Campania) 지방 포도였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산조베제라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와 캄파니아 지방에 원래 존재하던 토착 종이라는 것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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