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9장 20-21절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창세기 9장 20-21절)" 이 구절은 신구약을 통하여 수없이 많은 비유로 사용되는 포도와 와인에 대한 최초의 언급입니다. 그리고 기원전 6000년 수메르 문명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도 이와 거의 비슷합니다. 노아는 그의 식구들과 함께 홍수가 끝난 뒤에 농업을 시작하였는데, 성경에는 다른 농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포도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취한 후에 다음에 일어날 사건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노아 이전의 고대 인류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마셨으며, 이들 생활에서 와인은 필수적이었거나 적어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노아의 방주에는 포도 묘목 아니면 포도 씨앗 정도는 보관되어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포도의 원산지를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아라라트(Ararat) 산이 있는 소아시아로 보는 학계의 견해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라라트(Ararat)산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다는 아라라트산은 현재 터키에 속하지만, 이란과 아르메니아(Armenia), 그루지야(Gruziya) 국경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두 나라 모두 이 전설의 산을 근거로 와인의 종주국임을 주장합니다. 그루지야인들은 자신들의 거주지를 포도나무의 원산지로 생각하고, 고유의 포도종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8000년 전에 와인을 담근 항아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도 와인을 항아리에서 발효하고 숙성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베브리(Kvevri) 항아리를 땅속에 묻고 와인을 넣은 다음 나무 뚜껑을 덮고 진흙으로 밀봉하는 방식을 아직도 고수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루지야는 "와인이 없으면 그루지야도 없다"라는 식으로 와인을 사랑합니다. 노아의 직계 후손이 세운 국가라는 아르메니아 역시 와인의 원조로 그 역사적 근거가 많이 남아 있는데, 2011년 아라라트산 근처의 '아레니 동굴'에서 기원전 400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죽신과 의류가 발견되었으며, 이와 함께 포도 씨앗 착즙기와 와이너리 설비가 발견되어, 당시에 상당한 규모로 와인을 제조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아라라트산은 터기어로는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아라라트라는 이름은 후대 서유럽 사람들이 지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리고 북쪽 아라스의 골짜기가 '에덴동산'이었다는 전설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의 생애는 와인으로 시작하여 와인으로 끝났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은 갈릴리 가나의 결혼식 잔치에서 와인이 다 떨어지자, 물을 와인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요한복음 2장 1-11절).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빵과 와인으로 축복하고 와인을 '언약의 피'라고 하면서 자신의 희생에 대해 제자들에게 넌지시 암시하지만 제자들은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마태복음 26장 27-29절) 그러나 더 결정적인 것은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 긴 갈대 끝에 스펀지와 같은 풀을 묶어서 이를 신 와인에 적셔 예수의 입에 대주니, 예수는 신 와인을 받은 후 머리를 숙이고 생을 마감한다(요한복음 19장 29-30절). 예수의 생애는 와인으로 시작하여 와인으로 끝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포도나무를 부활의 상징으로 레드 와인을 그리스도의 피로 여기게 되었고 중세 수도원에서는 포도원을 만들고 와인을 제조했으며, 와인과 맥주 제조를 전담하는 수도사도 있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미사주로 와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와인과 빵을 나눠먹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하는 전례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 성경에는 새 술이 아니고 새 포도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예수가 살았던 시절에는 포도를 항아리 같은 큰 그릇에 넣어 발효시켰고, 완성된 술은 가죽 부대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마시거나 운반하는 수단으로 쓰였습니다. 이때 발효가 던 된 채로 가죽 부대에 담으면 거기서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새 가죽 부대는 신축성이 좋아 발생하는 가스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딱딱한 헌 가죽 부대는 가스가 나오면 터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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