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황(SO2)
와인에도 포도와 이를 발효시키는 미생물 이외에 몇 가지 첨가물이 들어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황(SO2)입니다. 이산화황을 첨가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와인의 급격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식초로 변해 버리는 것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산화로 인해 향, 색깔, 맛 등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산화란 쉽게 말하면 산소가 많이 존재해서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전자를 잃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산화는 혼자 일어나는 반응이 아닙니다. 한 물질이 전자를 잃게 되면 다른 물질이 이 전자를 얻게 되는데 이 반응을 '환원'이라고 부릅니다. 와인 속의 물질이 산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전자를 잘 잃어서 스스로 산화가 잘되는 그래서 산소가 다른 물질을 산화시킬 여유를 주지 않는 물질을 넣어줘야 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이 산화되면서 다른 물질은 환원시키는 물질을 환원제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술자의 '흑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황을 함유한 와인은 메르캅토헥사놀(mercaptohexanol)과 같은 레드 와인의 풍미에 영향을 주는 물질의 산화를 막아 와인의 맛과 향을 유지합니다. 메르캅토헥사놀이 산소를 만나 천천히 산화되어 없어지면 레드 와인의 맛이 나쁜 방향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산화황이 산소와 결합해서 메르캅토헥사놀을 보존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와인 맛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또 이산화황 처리를 한 화이트 와인은 고유한 색깔까지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포도 발효 과정이나 와인 속에 든 다른 미생물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소독제나 방부제와 같이 와인의 발효와 보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특히 천식과 비슷하게 기침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와인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려는 연구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탓에 이산화황이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크통 숙성
오크는 매우 단단하고 많은 양의 타닌을 비롯한 페놀릭 계열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맛도 쓰고 다른 생물체에 의해 분해도 잘 되지 않는 탓에 벌레나 곰팡이의 공격에도 강합니다. 이런 이유로 목재로도 널리 쓰이지만 와인을 비롯하여 다양한 술의 숙성에도 이용되어 셰리, 브랜디, 스카치위스키, 버번위스키 등도 일정 정도의 오크 숙성을 거칩니다. 오크의 역할은 첫 번째로 와인을 보관하여 숙성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단순히 와인을 저장할 뿐 아니라 물과 알코올이 천천히 증발해서 와인 성분들이 농축되어 와인의 맛과 향을 진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미량의 산소를 계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마치 와이 코르크 마개의 역할과 비슷한데 미량의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와인 내의 타닌과 다양한 물질들이 산화되면서 와인의 풍미를 증대시킵니다. 오크나무에 있는 성분들이 와인으로 녹아들어 가면서 다양한 페놀릭 계열의 물질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바닐라 향을 내는 방향족 화합물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오크통에 숙성시킨 와인에서 엘라기타닌이라는 물질을 분리해 냈는데 딸기를 비롯한 베리류에서 주로 발견되는 물질로 오크 숙성을 통해 와인에 베리 향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오크통에 숙성시키니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과 대별되는 맛과 향을 가지게 됩니다. 고급 카베르네 소비뇽, 네비올로(Nebbiolo), 리오하(Rioja) 등은 수년까지도 오크 숙성을 하며 최상급의 레드 와인을 탄생시킵니다. 화이트 와인 또한 오크 숙성을 거쳐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산 샤르도네 중 상당수는 오크 숙성을 통해 코코넛, 계피, 크림 등 독특한 풍미를 갖게 됩니다.
오크나무의 종류
오크는 기본적으로 참나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프랑스나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사용하는 오크 종은 서로 달라서, 미국에서는 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를 이용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주로 퀘르쿠스 페트라이아(Quercus petraea)를 이탈리아에서는 슬로베니아산 퀘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를 이용합니다. 일단 일반적으로 프랑스산 오크통이 가장 비싸고 그다음 동유럽산, 그리고 미국산이 가장 저렴합니다. 미국산 오크는 다른 것에 비해 락톤(lactone)의 함량이 높아서 여기에서 숙성시킨 와인은 달콤함과 바닐라 향이 강화됩니다. 캘리포니아산 레드 와인의 독특한 향미와 부드러움이 여기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또 같은 재질이라도 오크통을 만들 때 공기에서 건조하는지 열에서 건조하는지, 톱으로 자르는지 아니면 뜯어내는지와 나무를 굽힐 때 나무를 가볍게 태우는 정도 등에 따라 숙성하는 와인의 맛이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크통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 속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키려면 너무 긴 시간과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 공학의 비법이 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크 칩을 발효나 숙성 과정에 넣어 주는 것입니다. 오크를 담가 와인에 버터나 바닐라와 같은 오크 숙성 향이 배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렇게 칩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진짜 오크통에서 숙성된 와인과 같은 깊은 향은 없고 바닐라 향만 강한 저질 와인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2006년 유럽 연합에서도 이런 오크 칩 사용이 합법화 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