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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보약이다? 와인과 심장에 관한 논란들

by ericchoi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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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에 레드 와인이 많은 이유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나 와인 바의 특징 중 하나는 레드 와인이 주를 이룬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화이트 와인이 푸대접받게 된 데에는 1990년대 한국에 처음 와인 붐이 일었을 때 레드 와인이 건강 음료라는 마케팅이 한몫을 했습니다. 마치 막걸리가 유행하면서 여기저기서 막걸리가 건강 음료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포도는 녹차와 마찬가지로 많은 양의 폴리페놀(Polyphenol)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페놀 계열의 물질들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노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 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리페놀을 비롯하여 와인에 포함된 다양한 물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은 오래된 것이지만 특히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강력한 믿음을 불러온 것은 바로 프랑스인의 역설입니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렌치 패러독스는 1991년 미국 CBS 방송 보도 후에 생겨난 말입니다. 방송 내용은 '동맥경화와 레드와인의 관계'였습니다. 보르도 대학의 르노(Renault) 교수는 프랑스인 특히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남프랑스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오히려 심장병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남프랑스인들이 북구인들보다 와인을 많이 마셨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 북구의 주민들이 심장병 위험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방송이 보도된 후에 미국 시장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른바 레드와인의 붐이 일었습니다. 평균적으로 프랑스인이 섭취하는 총지방의 양은 미국인보다 조금 높은 정도지만 포화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버터는 6배, 돼지고기는 3배 정도 더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포화 지방은 체온 정도에도 녹아 액체로 존재하는 데 비해 포화 지방은 고체에 가깝게 끈적끈적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화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즉 안 좋은 형태의 지방을 잔뜩 섭취하면 혈액이 탁해지고 혈관이 막히기 쉬워져서 결국 관상 동맥 질환 발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랑스인들은 오히려 관상 동맥 질환 발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한 해석 중 하나가 레드 와인에는 심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프랑스인들은 안 좋은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즐겨 마시는 와인 덕택에 심장 질환이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프랑스 과학자 세르주 드노(Serge Denaud)박사가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하고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레드 와인은 건강식품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반론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포화지방 섭취량과 관상 동맥 질환의 상관관계 자체를 부정하며 생활 습관, 기후, 흡연 혹은 다른 인자들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또 포화 지방을 섭취하면 바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식습관과 현재의 질병을 비교하는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즉 현재 포화 지방을 섭취하는 사람들과 현재 관상 동맥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여 따라서 현재의 관상 동맥 질환 발병률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식습관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 중 하나는 프랑스에서 심장별 발생 건수 자체를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으며 보건 자료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하면 이웃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종류의 술이든 조금 마시는 사람들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나 과음하는 사람들보다 심장 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는 술 자체의 효과일 수도 있고 술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 탓일 수도 있습니다. 술을 조금 마시면 혈액 순환을 실제로 원활하게 해 주고 따라서 근육이나 혈관의 긴장을 풀어 주어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술 자체의 생화학적 기능은 없지만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화를 푸는 방법이 심장이나 혈관에 가해지는 나쁜 영향을 줄여서 결국에는 건강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왜 이런 긍정적인 영향이 다른 술도 아니고 프랑스인들이 많이 마시는 와인과 연관되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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