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
100년 전만 해도 먹을거리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 중 하나였고 많은 양의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농산물의 수확량을 늘리는 녹색 혁명을 일으켰지만 이내 다른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화학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것이 농업의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습니다. 이러나 보니 농업 생산성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 외에 농촌에서 새, 물고기, 곤충들이 점차 사라졌고 토양에 쌓여 있던 잉여의 비료 물질들은 호수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생태계의 부영양화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30-194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유기농(organic farming)'이라 불리는 새로운 농업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 미국, 독일 등 많은 선진국들로 확산이 되었는데 초기에는 농민들 중심이었던 것이 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환경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 농업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유기농산물이 고급함과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단순한 환경 보전 운동이 아닌 시장성 있고 농민에게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농업 작법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지역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본질적으로 유기농업은 화학 비료 대신 윤작, 혼작, 동물 분뇨로 만든 퇴비를 이용하는 것 등을 기본으로 합니다. 잡초 제거에도 제초제를 가하는 대신 손으로 직접 뽑거나 다른 자연산 물질 혹은 식초를 비롯해서 집에서 생산한 물질을 사용합니다. 시장에서 유기농산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유기농법 또한 다양해지자 소비자들의 혼란이 증대되면서 농산물의 안정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개입하여 유기농 표준을 도입하고 유럽 연합과 미국, 일본 등은 개별적인 유기농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
유기농 와인이란 포도의 재배와 와인 생산 과정에 있어서 제초제를 포함한 농약이나 화학 성분의 이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금지한 상태로 만들어지는 와인을 말합니다. 다른 농산물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기농 와인은 동일한 품질의 일반 와인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와인의 경우에는 '유기농'을 넘어 '바이오 다이내믹' 농업이 보다 널리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업 또한 일종의 유기농업으로 농경지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토양과 작물, 동물, 그리고 나아가 전체 우주까지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는 약간은 과장 섞인 농업체계입니다. 화학 비료나 농약 대신 퇴비나 자연에서 얻은 비료를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유기농법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별자리에 맞추어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거나 발효시킨 식물이나 미네랄을 땅에 가하는 등은 바이오 다이내믹 농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방법입니다. 이 농업 방식은 1920년대 초반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라는 한 사상가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과도하게 사용된 비료와 농약 때문에 급기야 농업 생산성도 떨어지고 토양의 질도 나빠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일반 농업에 이용되던 바이오 다이내믹 농업은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와인 생산에 접목되었습니다. 특히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들이 이 작법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만든 와인의 품질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만들어진 와인이 정말 품질도 우수한 것일까? 일부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에서는 그런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의미한 생산자들도 있었습니다. 또 단순한 유기농업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어 낸 이들도 있었는데 이로 인해 바이오 다이내믹을 사용하는 생산자들이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이상한 신비주의를 내세워서 와인을 고급인 것처럼 위장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업을 들여다보면 다름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의 해 아래 사슴 방광 속에서 발효시킨 서양톱풀 꽃을 겨울 동안 땅에 묻어 두었다가 봄에 제거한다." "쥐를 제거하려면 쥐 껍질을 태워 얻은 재를 전갈좌에 화성이 들어왔을 때 뿌려 준다." 이런 지침들이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농약을 살포해 만든 와인보다는 신뢰가 갈 것입니다. 특히 와인에서 고농도의 농약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언론 보도 이후 유기농 와인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와인을 만드는 포도에는 다양한 항진균제가 가해지지만 포도를 수확할 무렵이 되면 거의 남아 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는 잔류량이 있기도 하지만 포도의 처리나 이후 발효 과정 그리고 포도 원액과 알코올이 분리되는 정도, 투여되는 정제 약품의 종류 등에 따라 제거되는 효율은 달라집니다. 또 어떤 농약은 와인의 알코올 발효나 와인의 향이 좋아지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잔류 농약 문제는 어떤 종류의 농산물에서든지 나타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잔류량이 인체에 무해한 허용치를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와인도 농산물의 하나이므로 잔류 화학 물질이 0퍼센트일 수는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허용치를 설정하고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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