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Cork)를 와인 마개로 사용하는 이유
코르크는 와인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 중 하나입니다. 코르크를 와인 마개로 사용하는 이유는 크르크가 지닌 신축성과 통기성에 있습니다. 와인 초보자의 경우 코르크를 따다가 낭패를 보거나 거꾸로 딴 코르크를 다시 쉽게 꽂을 수 없어서 불평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와인 코르크의 장점은 자기 직경보다 적은 구멍에 밀어 넣어도 길이 방향으로 모양의 변화가 없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결국 병 입구에 빈틈없이 단단히 들러붙어 밀봉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세포 사이의 자그마한 틈을 통해 아주 적은 양의 산소만을 통과시킵니다. 따라서 오랜 시간 와인을 보관하면 코르크 마개를 통해 미량의 산소가 공급되면서 와인이 천천히 숙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코르크는 산소를 차단하면서도 '적절한' 양의 산소를 아주 천천히 공급한다는 점에서도 와인과 최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만일 병마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과량의 산소가 공급되고 와인이 산화되어 질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1996, 1997, 1998년도 부르고뉴 지방의 고급 화이트 와인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통적으로 코르크는 염소로 표백하고 파라핀을 입혀서 제작했습니다. TCA(2,4,6-trichloroanisole)라는 성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더 강력한 산화제인 과산화물(peroxide)을 이용하여 표백하고 실리콘으로 코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량 코르크가 만들어져 고급 와인을 망쳐 버렸던 것입니다.
Corked와 Coaky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해 마실 때 궁금증 하나가 테이스팅을 한 후 와인이 마음에 안 들면 새 와인을 요구해도 되는지 하는 것입니다. 테이스팅은 와인이 변질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와인 전문가들은 'Corked'라는 전문 용어로 표현하고 이런 와인을 'Coaky'하다는 형용사를 붙여 표현합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상한 코르크 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코르크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면서 독특한 화학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 뜻합니다. 이들은 각기 조금씩 다른 독특한 향을 내는데 곰팡이, 묵은 점균류, 젖은 삼베 냄새, 땅이나 진흙 향, 연기나 병원 냄새, 버섯 통조림 냄새 등이 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코르크 안팎에 곰팡이가 자라고 와인에서 눅눅한 종이 썩는 냄새 같은 게 나면 'Corked wine'인 것입니다. TCA 혹은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가장 중요한 오염 물질로 코르크 문제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합니다. TCA는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보통 셀러나 오크통을 제조하기 위해 원목을 가공하면서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일종의 방부제 처리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클로로페놀(chlorophenol)이라는 물질입니다. 주변의 환경오염으로 클로로페놀이 나무에 이미 소량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누룩곰팡이나 푸른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자라면서 이 물질을 클로로아니솔(chloroanisole)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오크나무 표백에 사용되는 하이퍼클로라이트(hyperchlorite)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과산화물이 더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예전에 주로 쓰였던 이 물질 또한 미생물에 의해 TCA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오크나무에 원래부터 직간접적으로 존재했거나 방부제 혹은 탈색제로 사용되는 물질을 원료로 미생물이 TCA와 같은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TCA물질을 없애기 위한 노력
셀러에 쓰일 나무와 이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물질, 그리고 오크나무를 살균하는 방법을 바꾸기도 했으며 코르크나무 속에 존재하는 TCA를 제거하는 방법들도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코르크의 불량은 큰 문제여서 아예 코르크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무와 비슷한 재질의 합성 마개인데 주로 오랜 숙성이 불가능한 가격이 싼 와인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금속의 스크루 캡(screw cap)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에서 성공한 이후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전파되어 남반구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에서는 스크루 캡 사용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도입이 되었지만 자연 코르크보다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따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코르크 마개를 썼을 때보다 와인의 숙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용 블랑처럼 풋풋한 맛을 즐겨야 하는 와인에는 좋습니다. 코르크로 만든 와인 마개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만들어도 평균적으로 5퍼센트가량 불량이 나온다는 통계까지 등장하면서 스크루 캡이 대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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