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프리미엄 와인은 더 귀해질 것인가?

by ericchoi 2022. 9. 12.
반응형

와인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

지난 50여 년간은 와인에 있어서 매우 좋은 시기였습니다. 온도가 점차로 상승함에 따라 특히 유럽 와인의 경우 좋은 빈티지 수가 급증했고 각 연도별 품질의 차이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전 지구적인 영향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지나 친 온도 상승으로 와인 생산지의 경계선은 더 극지를 향해 이동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현재 최적의 와인 생산지들은 최대 포도 경작지의 영예를 빼앗길지 모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캘리포니아의 소위 프리미엄(premium) 와인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널리 알려진 오퍼스 원(Opus one)으로 대표되는 초고가 와인들이 캘리포니아 구석구석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품종들이 잘 자라려면 땅에 열이 적절히 축적되어야 하고 심한 냉해 피해가 없어야 하며 지나친 폭염이 일어나서도 안됩니다. 즉 아주 예민한 포도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량의 81퍼센트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기후 상승으로 더운 지방에 적응된 질 낮은 와인 품종들로 대체될 것이며 미국의 경우 냉해 피해는 감소하겠지만 폭염의 빈도가 증가하여 현재 와인 생산지의 상당 부분이 더 이상 와인용 포도를 키우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습도가 높아 와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부 해안 일부와 북동 및 북서부가 오히려 와인 생산의 적지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합니다. 나파 밸리(Napa Valley)처럼 해양 기후의 영향을 받는 곳은 엘리뇨(El Nino)와 같은 해양 온도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서해안 10개 지역의 와인 작황과 15개 환경 요인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엘리뇨와 같은 해양 기상 특성이 작황에 큰 영향을 미치며 향후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서는 이 지역 와인의 품질 변화가 매해 더 커질 것이라고 합니다.

 

와인의 품질과 기후의 상관관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에 생산된 와인의 품질과 기후의 상관관계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을 분석해 본 결과 와인의 가격과 품질 그리고 기후 사이에는 품종에 따라 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즉 어떤 품종에서는 와인의 품질이 온도가 높을수록 좋은 품질을 나타낸 반면 어떤 품종은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에서 낮은 품질을 나타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카베르네 프랑, 피노누아 등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세미용, 샤르도네, 시라즈 등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또 1월의 포도 성장의 최적 온도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섭씨 18.5도, 시라즈는 19.1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이용하여 향후 기후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은 전반적으로 작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내륙에서는 이러한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생각이 되며 최악의 경우 2050년이 되면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의 품질이 80퍼센트 가까이 떨어질 것입니다. 온도나 강수량뿐 아니라 대기 중의 CO2 농도가 증가하는 것 자체도 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기 중의 CO2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재료입니다. 식물은 대기 중에서 흡수한 CO2와 태양에서 오는 빛 에너지, 뿌리로 흡수한 물과 영양분을 사용하여 탄소 동화작용을 하고 이를 통해 잎을 만들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기 중 CO2 농도가 증가하면 오히려 식물이 더 잘 자랄 거라 믿는 학자도들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또 다른 피해는 포도에 해를 끼치는 병충해의 증가에서 기인할 수도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병충해를 일으키는 벌레들의 수와 활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온도의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병충해나 다른 매개체의 간접적인 작용으로도 기후 변화는 포도의 작황과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프리미엄 와인 사재기?

기후 변화로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50년 후에는 같은 와인을 더 비싼 값에 마셔야 하거나 아니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프리미엄 와인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프리미엄 와인을 사재기해야 한다면 어떤 와인을 사 두는 게 좋을까요? 예를 들어 피노 그리나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다소 서늘한 온도(섭씨 13-15도)가 최적인 반면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산조베제 품종은 더 높은 온도(섭씨 17-19도)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와인 생산이 어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와인은 더 귀해질 것입니다. 이곳의 와인을 사재는 것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고 거꾸로 그곳 와이너리를 사서 개발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투자가 아닐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현재는 와인 산업이 전무한 영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춥지만 와인 수요가 많은 지역은 새로운 와이너리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지역의 와인 당도가 높아지고 알코올 함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이 와인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알코올 함량이 낮은 올드 빈티지들이 귀한 대접을 받을지는 소비자의 입맛에 달려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