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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분석을 이용한 가짜 와인 감별하는 방법

by ericchoi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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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와인

가짜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전부터 있었으나 와인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는 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습니다. FBI가 수사를 하고 유럽에서는 영국 경시청이 추적을 한다는 갖가지 소문과 함께 전체 유통 와인의 5퍼센트가 가짜라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도 돌았습니다. 가짜 와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져 폭넓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매우 고가의 최고급 와인의 경우 내용물을 바꾼 비싼 와인들을 경매를 통해 혹은 다량으로 판매하고 판매자는 잠적을 해버립니다. 항상 마시는 와인이 아니다 보니 사는 사람도 레이블이나 병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실제로 마시는 시점도 구입 후 꽤 긴 시간이 지나서이기 마련입니다. 와인 코르크를 조심스럽게 제거한 후 내용물을 좀 더 싼 와인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빈티지 와인과 더 싼 와인을 섞어서 좋은 빈티지 와인을 만들거나 하는 방법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짜가 판치는 중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를 대량으로 만들어 유통시킨 이야기나 보르도에서 다른 지역의 싼 와인을 혼합해서 고급 와인을 만든 스캔들도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많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와인 선진국뿐만 아니라 시장이 투명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 등에서 와인에 당류나 알코올을 추가하여 와인 맛을 좋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일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와인을 감별하는 방법

전통적으로 전문가가 맛을 보고 판별하는 방법 이외에 과학도 와인 분석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안정성 동위 원소를 이용한 판별법,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는 방법, 포함된 무기물을 분석하는 방법, DNA 지문 분석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들이 현재 동원되고 있습니다. 와인의 진품을 확인하는 데는 HPLC(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라고 부르는 화학 분석 기계가 흔히 사용됩니다. 이 장비는 특정한 물질로 충전되어 있는 기다란 칼럼(Column)에 우리가 원하는 시료를 높은 압력으로 흘려주며 분리하여 특정 물질이 있는지 검색하는 기계입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분필에다 검정 사인펜으로 점을 찍은 다음 물에 적셔 그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단지 검은색이라 생각했던 사인펜이 분필 속으로 물이 스며듦에 따라 붉은색과 푸른색, 노란색으로 분리됩니다. HPLC 또한 이와 비슷한 원리로 하나의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들을 각기 분리해냅니다. 와인의 경우 포도에서 유래한 다양한 물질들과 발효를 거치며 새로 생성된 온갖 잡다한 물질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각 와인의 독특한 부케와 아로마를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와인에는 떫은맛을 내고 심장병을 예방해 준다는 폴리페놀 특히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물질이 다양한 형태로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폴리페놀의 종류와 성분비는 와인 종류와 빈티지마다 다른데 HPLC를 이용하여 이를 분석, 정리하면 각 와인의 고유한 지문을 만들 수 있고 결국 이 지문을 근거로 거꾸로 와인의 품질과 종류를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와인 병 속에 축적되는 기체를 뽑아내서 GC(Gas Chromatograph)라는 기계를 이용 냄새를 발생시키는 화합물을 분석하면 부케의 특성을 화학적으로 규명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형태의 질량 분석기를 이용하여 HPLC나 GC보다 더 세밀하게 구성 물질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와인의 부케(Bouquet)와 아로마(Aroma)

우리는 와인의 맛을 혀로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와인의 부케와 아로마의 대부분은 냄새에서 기인합니다. 와인에서 이렇게 부케와 아로마 같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휘발된 물질이 우리 코에 들어와 감각 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포도에는 다양한 휘발성 유기 탄소가 존재합니다. 휘발성 유기 탄소란 기체로 쉽게 증발해서 날아갈 수 있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다양한 탄소 물질을 말합니다. 결국 이렇게 기체로 증발된 물질이 코로 들어와 냄새로 감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갓 딴 포도의 휘발성 유기 탄소는 대부분 아미노산이나 당류에 결합되어 날아가지 않고 포도에 붙잡혀 있습니다. 포도를 수확한 후 압축하거나 발효하는 과정에서 많은 효소들의 작용으로 이 결합이 끊어지면서 비로소 휘발성 유기 탄소들이 날아갈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처음 포도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다양한 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 함유되어 있는 물질이 다른 탓에 특정 품종 와인의 향도 달라집니다. 이렇게 냄새가 중요하다 보니 냄새를 이용한 와인 감별도 과학자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기계도 잘 훈련된 소믈리에의 혀와 코를 당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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